크로싱 엔케이 | Crossing NK | 2026년 6월 9일
지난 5월 15일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은 공식 팩트시트를 통해 “트럼프와 시진핑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불과 3주 후 시진핑은 평양에 도착해 이틀을 머물면서 비핵화를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도대체 왜인가.
미중 회담에서 실제로 오간 말
백악관은 비핵화 공동 목표를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 측 발표문에는 비핵화가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은 단순히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현안을 논의했다”고만 밝혔다. 미국은 공동 목표라고 했지만, 중국이 처음부터 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는지조차 불분명하다.
5월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3주 만에 시진핑이 평양을 방문했다. 이번 방북이 트럼프와의 정상회담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안 한 것인가 — 의도적 침묵
첫 번째 가능성은 시진핑이 처음부터 비핵화를 꺼낼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방북의 진짜 목적이 대만 문제를 위한 군사 협력 확보였다면, 비핵화는 처음부터 의제가 아니었을 수 있다. 회담 테이블에 이례적으로 양국 국방 수장이 함께 앉았고, 시진핑은 처음으로 양국 군대 간 교류와 협력을 직접 언급했다. 비핵화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의제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또한 원래 중국은 북한 핵을 원하지 않았다. 핵을 가진 북한이 중국 말을 듣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북한이 필요한 것은 현재 분명해 보인다. 비핵화를 압박하는 것보다 핵을 눈감고 북한을 군사적 파트너로 묶어두는 것이 지금 시진핑에게 더 유리한 선택일 수 있다.
못 한 것인가 — 현실적 한계
두 번째 가능성은 시진핑이 꺼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못 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은 김정은의 생존 수단이다.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회고록에서 김정은이 직접 이렇게 말했다고 밝혔다. “핵을 빼놓으면 끝이다.” 시진핑이 비핵화를 꺼냈다가 김정은이 거부하면 체면이 구겨지고, 북한이 완전히 러시아 품으로 가버릴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이미 러시아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고 우크라이나 전선에 병력을 파견했다. 시진핑 입장에서 북한을 완전히 잃는 것보다 비핵화를 눈감는 것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레버리지가 약해진 중국이 압박할 카드가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무언의 메시지
시진핑이 평양에 도착하기 하루 전, 김정은은 핵물질 생산 공장을 직접 시찰하며 “핵 전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미사일 생산 능력 확대도 지시했다. 우연이었을까? 아마 김정은은 내일이면 도착하는 시진핑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는지 모른다. “비핵화는 꺼내지도 마라.”
결과는 하나
안 한 것인지, 못 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결과는 하나다.
트럼프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북한 핵은 그대로다.
크로싱 엔케이의 시각
강대국들이 비핵화를 선언하는 동안, 북한 주민들의 현실은 어떤가. 2024년 기준 북한 노동자 월급은 1달러도 안 됐고, 현재 1달러가 북한 돈 8만원에 육박할 만큼 인플레이션이 폭발했다. 쌀값은 두 달 만에 두 배가 됐다. 비핵화 협상이 오가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다.
시진핑이 평양에서 비핵화를 꺼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든 — 그 침묵의 대가는 결국 북한 주민들이 치르고 있다.
출처: 백악관 팩트시트, 코리아헤럴드, 코리아타임스, UPI, 브루킹스연구소, 폼페이오 회고록 (2026년 5월~6월)